죽음은 늘 뜻밖이고 허무하고 서럽다. 아버지의 중절모를 눈물로 바라보는 화자의 애절이 가슴을 적신다. 이제 당신은 저쪽으로 옮기시라고 사망신고 라는 마지막 작별을 머뭇거리며 심장이 타버렸다는 뜨거운 울음을 담담히 적어두는 슬픔을 함께 운다.
허수아비의 죽음
윤 경 상
추수 끝난지 오래인 밭 한가운데 아버지가 서 있다
집 나온 지 오래여서 세상 소식이 닿지 않아
수수밭 고랑을 겅중거리는 고라니나 바라보며
관절이 무너졌다는 근황을 모른 척
한 다리로 버티던 지난 시간
뭉쳤던 구름들이 흩어지고
계절을 휘저어 뒤섞어 놓는다
쏟아진 추억들을 주워 담는 등 뒤에서
억새풀 쓸데없이 서걱거린다
심장이 다 타버렸다는 불길한 소문들이 무성하고
멀리 갔던 새들의 울음이 공중을 떠돈다
사망신고는 언제 하지
면사무소는 어디인가
한 번도 가본적 없는데
읍내 장터에서 사 온 중절모는 어디다 걸어야 하나
바람도 없는데 문짝이 자꾸 덜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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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개
윤경상시인은 바람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 과정을 수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