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라는 배에 태우는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일렁이다가 글썽이다가 마침내 '시도 때도 없이 웃는' 이유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재래식'에 함께 웃어 봅니다. 파도 없는 바다가 있겠습니까, 그저 둘이 힘차게 헤쳐나갈 노 한 자루 건네 줄 뿐이지요.
아주 큰 배가 서울역에
이 명 열
몸짓만 큰 난파선인 줄 알았던 배가 서울스퀘어* 밀실에 들어섰습니다
‘나는 재래식 인간입니다’
손바닥만한 원탁을 싸안고 아이들은 재래식 인간들 때문에 웃지도 못합니다
시간을 잘라 만들었을 음식 앞에서 무장한 웃음이 실없이 터집니다
저 큰 배에 인생을 싣고 와서 풀어 놓는 짐 속에 아끼던 보석 하나를 건네는 일이라니
밀가루 포대처럼 주저앉는 등받이들이 재래식에 머물며 꼬깃꼬깃 품었던 묘목에 이제 막 벙그는 꽃 한 송이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담이의 얼굴에 인해의 얼굴을 묻고 불을 피워 총총 먼 바다로 나가는 배 한 척
시도 때도 없이 웃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서울역사 상견례장으로 알려진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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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개
이명열 시인은 충남 아산 출생으로 202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낭송가이기도 하며 시집으로 『양철지붕을 끌고 다니는 비』. 2023년 홍완기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평생교육원과 충남평생교육원에 출강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