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을 봄이라는 계절에 포개어, 말로 다 담지 못한 마음을 툭툭 내뱉듯 건넨다. 화분 속 떡갈나무에게 말을 걸며 "너는 어떠냐?"고 묻는 시인의 목소리는 쓸쓸하고 고요하다. 찬물 한 그릇을 권하는 마지막 행에서, 위로의 깊이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래서 봄비가 싫어
박 미 라
돌아간 후에 열어보라고, 별것도 아니라고,
마른 입술을 어린 꽃봉오리처럼 툭툭 터뜨리며
뭉치고접고다지고두드린
밤도 아침도 창문도 무지개도 다 들었다고
봄비 속에서 천둥이 운다
마침내 꽃은 피고
불현듯 바람 불고
미처 다 알아듣지 못한 것들을 봄비라고 싸잡아 부르면서
봄 쪽으로 팔을 뻗는 화분 속 떡갈나무에게
사는 게 그렇지
우리 엄마도 죽었단다 봄이었어
죽기 좋은 계절이지
너는 어떠냐?
찬물이나 한 그릇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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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개
박미라 시인은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죽음의 쓸모』 외 다수, 산문집으로 『유랑의 뼈를 수습하다』 외 다수가 있다. 지리산문학상, 서귀포문학상대상, 천안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본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아르코창작기금(2회), 충남문화관광재단창작지원금(5회)을 받았다. 우수도서선정(2회)이 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평생교육원에 출강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