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좋은 시 3] 아주 큰 배가 서울역에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결혼 이라는 배에 태우는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일렁이다가 글썽이다가 마침내 '시도 때도 없이 웃는' 이유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재래식'에 함께 웃어 봅니다. 파도 없는 바다가 있겠습니까, 그저 둘이 힘차게 헤쳐나갈 노 한 자루 건네 줄 뿐이지요.

     

    Gemini_Generated_Image_idt8eaidt8eaidt8.png

    AI생성이미지 [Gemini]
     

    아주 큰 배가 서울역에


                                                        이 명 열


    몸짓만 큰 난파선인 줄 알았던 배가 서울스퀘어* 밀실에 들어섰습니다


    ‘나는 재래식 인간입니다’


    손바닥만한 원탁을 싸안고 아이들은 재래식 인간들 때문에 웃지도 못합니다


    시간을 잘라 만들었을 음식 앞에서 무장한 웃음이 실없이 터집니다


    저 큰 배에 인생을 싣고 와서 풀어 놓는 짐 속에 아끼던 보석 하나를 건네는 일이라니


    밀가루 포대처럼 주저앉는 등받이들이 재래식에 머물며 꼬깃꼬깃 품었던 묘목에 이제 막 벙그는 꽃 한 송이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담이의 얼굴에 인해의 얼굴을 묻고 불을 피워 총총 먼 바다로 나가는 배 한 척


    시도 때도 없이 웃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서울역사 상견례장으로 알려진 음식점


     

     

    ----------------------------------------------------------------

    시인소개

     

    이명열 시인은 충남 아산 출생으로 202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낭송가이기도 하며 시집으로 『양철지붕을 끌고 다니는 비』.  2023년 홍완기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평생교육원과 충남평생교육원에 출강 중이다.

     

    images.jpg

    backward top home